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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 시를 잊은 그대에게, 그대를 듣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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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시가 좋은 시인지 등등의 문제는, 우리 문학 교실에선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전제하고 있지만 실은 대단히 논쟁적인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적어도 문학에서 자명한 것은 없다.
논쟁이라고 해서 반드시 거기에 갈등만 있을리는 없다. 너로 인하여 나를 더욱 잘 알게되고 너를 아는 것은 결국 나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에게만 갇힐 때 우리는 아집에 빠지고, 그저 남의 견해에 순응할 때 우리는 무지에 빠진다. 논쟁과 대화의 목적은 차이의 제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더 잘 들여다보고 그로부터 우리 자신과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데 있다. 요컨대 사이와 차이는 우리를 오히려 관용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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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바로 지금이니의 정서가 가리키는 라틴어가 곧 carpe diem이라 했던 것이다.
키팅은 공부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고 유혹한 것이 아니라 헛된 것을 추구하지 말고 참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일촌광음을 아끼라고 한 것이다. 사랑, 낭만, 시, 아름다움 같은 것을 위해 살아야 하는, 이 때를 놓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