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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윤 - 숲속의 자본주의자 본문

책/100

박혜윤 - 숲속의 자본주의자

사랑스런 터프걸 2023. 4. 10. 11:06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는 땅은 농약을 안 주더라도 비료나 퇴비를 뿌렸기에 진짜 흙이라고 할 수 없다. 
알아보니 온갖 미생물이 들끓는 진짜 땅에는 인간의 뇌의 행복감을 높이는 미생물이 있다고 했다.

경제는 팽창하지 않는데 정부는 돈을 무한정 찍어내고 있으니, 돈이란 녹아버리기 전에 자기 만족을 위해 쓰는 것이 현명하다. 돈을 모아봤자, 전체 통화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내 소유의 돈 말고 이 사회 전체에 늘어나는 돈을 활용하면 됐다.
한국도 이제는 어디를 가도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잘 가꿔진 공원이며 산책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누워서 화면을 만지작거리다 보낸 날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인터넷을 끊었다. 인터넷이 필요한 일은 적어두었다가 동네 도서관에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웬걸, 업무는 물론 궁금한 것까지 실컷 검색해도 한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끊기 전에는 하루 종일 화면을 봐도 더 볼것이 있었다. 
텔레비전조차 없이 세상과의 연결이 끊긴 우리집은 그 자체로 우리의 성이 된다.

원래 풀만 먹고 살기로 되어있는 소를 살찌우기 위해 옥수수를 먹이면 온갖 병에 걸린다. 그러면 약을 투여해야 한다. 식물도 비료를 먹고 토실토실해지면 해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꼬인다. 그러면 여기에도 약을 쳐야 한다.
우리집 근처에 1년 내내 풀만 뜯어먹고 사는 소를 대여섯마리씩 풀어놓고 키우는 집들이 있는데, 멀리서 보면 목이 짧은 사슴인가 싶을 정도로 말라 비틀어져있다.
풀만 먹은 소의 고기는 엄청나게 냄새가 나고 질겨서 도저히 상품이 되지 않는다.

어린시절의 상처라는 개념자체를 버렸다.
어린시절에 매일같이 혼나고, 부모님이 매일 싸워서 정서가 불안정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때 나를 되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 강철심장에 얼굴이 뻔뻔하도록 두껍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염려하지도 않고, 누가 싫은 소리를 해도 신경이 안 쓰인다.

밀을 통째로 즉석에서 갈아 빵을 만들면 맛이 가게에서 흔히 파는 빵이랑 같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다르다. 아, 밀은 이런 맛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천연발효 대신에 이스트 발효를 선택한 것은 천연발효가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지만 최상의 맛을 일정하게 끌어내는 힘은 약하기 때문이다.

내가 뭘 해도 칭찬해주는 사람들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이런 사람들의 존재는 나를 지켜주는 유일한 방어막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나를 믿는대신,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믿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 자신을 믿는 것은 언제고 허물어질 수 있는 허술하기 짝이없는 방어지만, 나를 칭찬하고 나를 긍정해주는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은 꽤나 든든하다.

자기 생각을 담는 글이 겨우 A4 10장 정도라면 인용은 하나나 두개만 담아도 넘칩니다. 글의 주인공은 본인의 생각이고, 아무리 유명한 천재의 인용도 조연이 되어야하는 겁니다. 자기의 글에서 자기의 생각이 가장 빛나야합니다. 그게 세상을 위한 길입니다. 천재의 글을 사소하게 만들만큼 당당하게 학생의 생각을 쓰세요. 무지가 창피한 게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게으름이 창피한 겁니다.
말 한마디, 일상의 행동 하나도 나의 생각과 나의 선택의 표현이다. 이렇게 표현된 것은 글이든 그림이든 음식이든 세상 전체를 바꾸는 의미가 된다.

부모의 교육방침과 태도는 시대적 산물이다. 그런데 막상 개인은 그 사실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엄청 심각하고 힘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래 심각하구나 하고 동조하는 것도 아니고, 별거 아니야하며 위로하는것도 아니고, 결국엔 너 하고싶은대로 해 그럴거라는 걸 뻔히 아는데, 이야기하다보면 생각이 정리된다니까.

좋은 사람, 좋은 삶을 위해 무조건 정해진 단 하나의 정치적 입장, 태도, 지식, 교육, 삶의 방식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나와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면, 다른 무엇을 보호할 수 있을까.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해도, 그것이 화까지 연결되는 회로가 끊어진 것이다.
다만, 진짜로 달라지고 싶다면 방법은 후회가 아니었다. 나는 그런 감정을 품는 내가 두려웠다. 그래서 새로운 회로를 만들었다.

인생에 의미와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 무슨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게 미니멀리즘이나 소비죽이기가 쉬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새 물건을 사고 싶거나 필요할 때, 내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돈이나 쓸모가 아니다. 물건의 끝을 생각한다. 버리고 싶어질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상상한다.
지금 꼭 사고싶은 부동산 때문에 잠도 안 오는 와중에, 이 부동산을 갖기 싫어질 때 없애는 방법부터 골똘히 생각한다. 결국 누군가에게 팔아야 한다. 심각한 불황이라도 하루이틀 안에 거래가 성사될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그러면 내가 가진 예싼 안에서 무리하지 않고, 확실한 특성을 가진 부동산을 찾을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