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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캄보디아 <1>

사랑스런 터프걸 2007. 11. 11. 07:13
  3시에 일어나서, 콜택시 부르는 것부터 전부 혼자 하는 기분. 글쎄 처절하면서도 해 나갈수록 뭔가 자신감이 생긴다. 이 느낌 때문에 혼자 오길 잘했다고 계속 칭찬했던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화장실도 누구랑 같이 가야하는 가공할 의지적 인간인 내가 대체 뭣 땜에 이렇게 여행을 간다고 설치나! 그것도 10일이나 날을 만들어서? 에라 나도 모르겠다. 일단 가고 본다.
비행기표도 출발이 31일인데 29일에 사는 이 여유ㅋ 15일 유효의 택스 포함해서 왕복 332,800원에 베트남에어라인 게트!  단 3일만 이 가격이었답. 물론 예전에 이 가격인 때가 있었을 것이고 언젠가 또 이 가격이 될 때가 있겠지만~
암튼 표를 사고나자 대신 담날부터 바빴다. 그럼에도 전날에는 밤에 영화까지 보고오고,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공항 간다고 새벽에 일어나자니 무진장 힘들더라. 그냥 자버릴까 생각도 했다. 비행기표가 아까워서 온 힘을 다해 일어났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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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라운지 오늘을 끝으로 일단 문 닫는다네. 그래서 받은 거 ㅋ


  그렇게 캄보디아에 도착해 버렸다. 마치 베테랑 여행자처럼 혼자서 외국엘 오다니. 하늘이 뱅뱅 돈다. 내가 자처해서 돈 써가며 외국에 날 버린 셈이었다. 그래 될 대로 되라. 내게 행운이 있기를 바라지조차 않았다. 왜냐면 살아서 집에 가면 다행이라는 생각 밖엔 없었기 때문에-_-
역시나 비행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일본 사람들이 많았다. 무리지어 온 그들은 내게는 이방인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나는 내 자신만 돌보면 되고 저절로 내게만 집중이 되었다. 혼자있는 시간은 적어도 나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뭔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혼자 온 사람은 일본여자 두 명 밖에 없었다. 비자 받을 때부터 미리 받아올 거를 하고 후회했다. 작성은 제대로 한 건지 모르겠고, 이것들이 먼저 낸 사람 걸 자꾸 밑에 깔아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버렸다.  바보냐 무신경이냐.  재수니까, 인터넷으로 미리 비자받고 올 걸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근처 서 바라이에 가서 일몰을 보고 호텔을 잡겠다는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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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모든 이동을 합니당. 남국의 티가 나는 나무들도 보이고.


비자를 붙인 여권을 주는 사람은 마치 출석 부르듯 이름을 부르고 앉았다. 아니 섰다. 이 아저씨가 나를 보자 여권사진이랑 번갈아 보더니 한국말로 "예뻐요" 이런다.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었겠지만 그건 여권 사진이 하도 이상해서 그런 거였다. 그래 내 여권사진 이상해 임마-_-; 그거 여권만들 때 내가 가져간 사진이 빠꾸 당해서 근처에서 찍은 즉석사진이다.  그 동안 나 아닌 것 같은 이상한 사진은 많이 찍혔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여권사진은 딱 내 모습이었다. 전혀 뭐 수정한 것도 없고. 근데 남들은 이것만 보면 다들 웃는다니까;

입국심사 할 때도 캠으로 얼굴 따로 찍더군. 참나.. 근데 이 아저씨 자기가 무슨 천국의 염라대왕인가 캡 고자세로 일을 하더라. 딱히 불친절한 건 아니지만 자신이 굉장한 일을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 나로서는 정말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아까 입국신고서를 막 엉뚱하게 틀리게 써서 줄 좍좍 긋고 다시 쓰기도 하는 등 종이가 지저분하게 되어 버려서 나름 걱정하고 있었으나 무사통과로군 ㅋㅋ
 
일몰의 빛을 받으며 먼지 자욱한 센터마켓의 한 시끄러운 숙소에 나를 내려놓은 공항의 바이크 맨 닛. 헬멧도 없이 맨얼굴로 왔더니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동안 입 안에 모래가 씹힌다. 무대뽀로 왔기 때문에 그 넘이 안내하는 숙소로 잡았다. 그 넘은 맘에 드냐고 딴 데 갈 수도 있다는데 그래봤자 그넘이 아는 데일테고 피곤해서 난 그런 거 복잡하게 안 따진다고 내일 보자고 했다.
아침 3시부터 12시간 넘게 풀로 뛰었다. 체력에 늘 한계를 느끼곤 하는 별로 건강하지 못한 나다. 피곤해서 내일 9시에 오라니까 8시 어떠냐네. 게다가 이제 영어를 일상으로 사용해야 하니 참으로 답답해온다.  여기가 무슨 영미국가도 아니고. 하긴 영어가 없다면 중국어 밖에 모르는데-_- 그것도 다 까먹은.
그래 근처의 음식점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라이브를 들으면서 잠 못이루었다. 여기가 캄보디아 맞구나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침대 두 개 있는 방 밖에 없나보다. 그렇게 보면 결코 비싼 건 아니지만 캄보디아의 아주 낮은 물가를 기대하고 있다가 예상밖이다. 암튼 한쪽 침대에 모든 짐을 풀어놓고, 다른 침대에서 자는 기분도 괜찮더군. 근데 샤워를 하려고 샤워기를 건드렸는데 똑 부러지대;  다른 방에 가서 씻고 왔다. 수량도 적고, 창밖은 담장이고 방은 1층이라 동굴같아 불만이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방이었다고 회상된다..-_-;
여기 직원들도 내가 참 신기했을 거다. 서양인들은 혼자서도 좀 오지만 거의 중년이 많은듯 한데, 혼자 온 20살 초반으로 보이는 동양 여자애인데다 숙소도 안 알아보고 왔는지 모토 애가 데려다 준 데서 잠을 자고 있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