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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 지리산 본문

일상/일기

[경남] 함양 지리산

사랑스런 터프걸 2009. 2. 13. 08:43
지리산
주소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922-8
설명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며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산악형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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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악 즉 우리나라의 이름난 다섯 산.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지리산, 삼각산.
삼각산이 북한산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리산에 가기로 했다. 1915m 천왕봉을 향해서. ㄷㄷ..
가장 단거리 코스인 백무동에서 올라 중산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우리는 함양가는 버스타고서 갈아타려고 했는데 버스에 올라타 창문을 내다보니 지리산(백무동)행이라고 쓰여진 버스가 버젓이 서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얼른 함양행 표를 취소하고 버스를 바꿔탔다. 지연 왈, 서울에서 바로 가는 거 있는 건 알았는데 여기선 몰랐다네. 정말 다행이다~ 잠에서 부시시 깨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백무동도 규모면에서 화려한 계곡모습을 보여주었다.

짧은 겨울 해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딱 맞겠거니 어렴풋이 생각해버렸다. 지연네 어머님이 9시간 걸렸다셨지만 우리의 젊음(?)을 믿은 것인지 8시간이면 될거라며 당연시했다. 막상 실제로는 아이젠도 없이 얼음골을 기어오르느라 우리는 장터목까지 오는데만 4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원래 정상까지 4시간 반이어야했는데..

마을에서부터 사람이 없어서 유령도시 같았는데, 장터목까지 만난 등산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려오는 몸짓들이 조심스러웠다. 우리가 아이젠도 없이 가는 걸 보며 신기해하고 그만가라는 사람들이 그 중 대다수, 
괜히 다쳐서 헬기부르고 그러면 국력의 낭비다, 20년 등산한 내가 하는말이니 내려가라, 걱정되서 죽겠다 등.
조심해서 가면 갈 수 있다는 사람 단 2명이었다. 
조심해서 가면 갈 수 있을 거에요, 젊으니까 할 수 있어. 그냥 가.
그들의 말에 힘을 얻었다. 어쩌면 다시 내려가기엔 엄두가 안 날 얼음들과 밧줄이 두려웠다. 다행히 대피소에 가면 아마도(?) 떨어지지 않은 이상 아이젠을 살 수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ㅋ
그들의 풀장비가 부럽기도 했지만 지연이가 길잡이가 되어 봉지와 소주병에 흙을 담아서 제설작업(?)하면서 올라갔다..ㅋㅋ 지연이 등산화는 편했지만 바닥이 많이 닳아있었고, 난 그 반대였다. 신발은 오지게 불편한데 그 덕에 한 번밖에 안 신어서 바닥이 꽤 날렵하다는 점이 있었다.

나는 처음에 지연이의 빠른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얼굴은 빨개지고 숨이 턱까지 차면서 땀이 삐질삐질, 어지럽기까지 했다. 하동바위를 지나자 구토증세가 생기면서 얼굴은 일순 창백해졌다. 참샘에서 깨진 바가지에 간신히 물을 받아먹고 나니 어느덧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동바위도 엄청 크고, 옆에 계곡들에 언 물도 예술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대나무소리는 마치 화이팅을 외쳐주는 것 같았다. 지리산 반달곰 같은 건 보지 못했다.. 입장료 따윈 안냈으니까 다행이다. ㅋ
원래 내 페이스가 엄청 느린데, 얼음때문에 전진이 더뎌져서 회복된 것 같았다. 이제는 속도는 아예 낼 수가 없고 힘과 판단력이 필요했다. 마치 툼레이더 하는 것 같아서 재밌기도 했다. ㅋㅋ  가방을 바꿔주었던 지연이와 다시 가방을 바꿨다. 한 발 한 발 정말 겸손한, 아기같은 걸음으로 우리는 어느덧 장터목에 도착했다. 힘내라고 몇 번을 외치고, 광명진언을 몇 번을 외웠는지 모르겠다.

장터목에서 지연이의 점심도시락을 까먹었다. 의외로(?) 노고단에서부터 온 열혈들이 있었다. 노고단이 그렇게 먼 줄은 알지도 못했다. 이 때만 해도 여자는 우리뿐이었다. 장터목은 예상대로 장터였던 곳이었다. 하필 모일 데가 없어서 여기세요.. 10km의 거센 바람이 불어대고 있는 춥디 추운 이 곳에서 마치 난민이 된 듯 몰래 숨어들어 6시에 방 오픈한다는데 양말도 말리고 그랬다. 친절한 아저씨가 금방 찐 고구마를 주셔서 우린 정말 행복했다.
5시가 되자 예약자들의 자리배정이 시작되었다. 도중에 집에 자고간다고 전화하고, 연부인의 화상전화, 선배님 전화가 한 번 왔다. 이미 밧데리는 한 개 남았지만 젠더가 없어서 충전도 못한다.. 올라올 때로 봐서 사람들이 있을성 싶었으나 꽤 많은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예약하고 오셔야죠 그런다. 뭐 이런 게 내스타일 이거든여.._-;
역시나 일요일의 찜질방처럼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군대모포를 두장을 깔고 한장을 덮었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 겨울에 피난가는 건 참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전쟁을 반대한다... 하지만 지연이는 잘도 잔다. 7시에 자리에 누웠고, 다음 날 7시에 모포 걷어간다는 소리에 일어났다.. 3초마다 오한이 든 나는 공기가 어느정도 데워진 새벽에사 잠이 들었었는데.. 대피소에는 물이 안 나온다. 150미터 아래에 물이 있다지만 그냥 안 씻기로 했다.

밝은 얼굴로 부르는 지연. 날씨는 어제보다 맑아서 먼 겹산들이 잘 보였다. 구름바다에서 해도 떠오르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달도 있는데 말야! 천왕봉을 코앞에 두고서도 막상 겁이 났던 나는 꼭 오른다고 또 몇 번을 다짐했던가;;
계단 앞에서 얼른 따라가자는 말에 할배4분들과 팀이 되어버렸다.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 하면서 할배들과 페이스를 유지했더니 점차 장대해지는 지리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래서 지리산이구나.

통천문을 지나 정상에 올라 바람을 맞다. 나는 왔네. 하하. 선배한테 문자 보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밧데리가 나가버렸다.
내리막에서 앉아서 내려오니까 일어나라고, 옆으로 내려오면 또 발목 다치니까 아이젠을 믿고 스키처럼 중심을 앞으로 하고 내려오라고 하셨다. 서로 사장, 이사들인 할배들. 간식을 나눠주셔서 너무 좋았다는거~ 정말 정상가는 길은 지나가는 분 말대로 꽤 경사가 심해서 아이젠이 없으면 절대 오를 수가 없었다.

하산길은 3시간 반 걸렸다. 그렇게 열심히 내려왔건만.. 완존 바위와의 연애질이었다. 옆에 또 장쾌한 계곡이 있어 그 소리를 내고 있었다. 봄에는 얼마나 근사할런지. 다리는 후달거리고, 할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중산리 버스정류장까지 또 30분을 걸어서갔다. 지연이는 무릎이 이상하다고 하고, 나는 발목의 마찰이 심했지만 엄지발톱의 압박이 더 심했다..;
진주에 도착하면 무지하게 맛있는 걸 먹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곳도 보이지 않았고, 컨디션의 구림을 느꼈다. 이번 등산으로 많이 배웠을 거라셨지만 무거운 가방은 역시 싫다와 선크림은 꼭 챙겨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제 대전으로 돌아간다. 산행이 꿈만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