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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캄보디아 <2>

사랑스런 터프걸 2007. 11. 11. 07:45
  나가서 아침이나 먹을까 하고 7시 반에 방에서 나왔는데 닛이 벌써 와 있다.  아침을 앙코르왓 근처에서 먹기로 하고 갔는데 멀찍이 혼자 앉길래 같이 먹자고 했다. 자기는 드라이버니까 따로 먹는거라나.

대학1학년생인데 공부를 잘 하지는 못해서 국비로 못 다녀서 사립을 다닌단다. 집에서 돈을 대 줄 수 없어서 벌어서 다닌다고 하네. 아마 1년을 휴학하고나서 1년을 공부하고 그런 식으로 해서 28살쯤에나 졸업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현재 22세. 학비가 1년에 400$라는데 그거 벌려고 1년이나 휴학해야 하는건가? 답답해져 온다.
같이 앉았기 때문에 밥값도 내가 계산해야 했다. 음..그렇구만. 하루종일 기다려 준다는데 사 줄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당황했다. 나더러 계산할 거냐고 묻길래 말이지.
음식 값이 내 기준에 싸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1달러면 두 끼는 할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내가 혼자 온 데에 대해 의문을 갖더군. 패키지가 더 싼데도 불구하고 바쁜 게 싫고 오래 보고픈 맘에 개별적으로 혼자 온거라 했더니 패키지가 더 싸다는 걸 이해 못하더군. ㅋㅋ

앙코르 왓을 갔다. 닛은 나무밑에서 기다릴 거고 3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다. 내가 3시간이 불충분하다고 느껴지면 어쩌냐니 그 정도면 정말 충분할 거란다.  그래 나중에 보자.
나무그늘을 벗어나자마자 어찌나 더운지 해자를 다 건널동안 쓰러지는 줄 알았다.  해자가 250미터 정도인걸로 알았는데 무진장 길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앙코르사원에 대한 느낌은 퀘퀘한 폐허다라는 것-_-
무척 아름답기는 했다. 정말 책에서 본 것 처럼 압사라들이 정말 많이 벽에 부조되어 있었다. 그렇다. 단군시대에 지어진 피라미드를 막상 가서 보면 그 역사적 가치를 떠나 우리는 실망하게 되어 있는 것과 같다. 시간의 타격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AND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뭔가 우주적인 걸 기대하지는 말자.

이럴수가.
해자를 다 건너서 겨우 대문하나 통과한 거였다. 또 길고도 먼 길이 이어져 있지 뭐냐.
왼쪽에는 이상하게 엄청 티나게 복원해 놓은 작은 사원이 있었다. 복원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약간 실망스러웠다.

앙코르왓은 꽤 컸다. 내부를 실컷 돌며 2층 인간계로 갔는데 3층을 막아놓았다. 으아~ 뭐냐! 이미 그런 줄 알고는 왔지만 나는 허탈하게 계단을 한참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바라본다.-_-
다시 내려와 1층 벽화를 따라 가는 길. 나 혼자 거꾸로 돌고 있었다. -_-  그래도 당당하게 거꾸로 가던 나였다. 그리고 대체 뭔지 하나도 몰랐다. 가슴이 막 답답해왔다. 패키지로 왔으면 3-4일밖에 못보지만 훨씬 싼 비용으로 올 수 있는데다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을텐데. 정말이지 후회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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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밑을 지나가는 원숭 뭔가를 까먹고는 바삐 가신다.


그래서 한국인팀을 따라다니다가 그만뒀다. 로컬 가이드가 나를 눈치채고 웃음을 보내지 뭔가;; 그래도 한국팀이 하도 많아서 그런지 곧 또 다른 팀이 지나가곤 했다. ㅋㅋ
그래서 책을 펴서 읽으면서 맞는 방향으로 다시 한 번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학구적으로 보이니까 그러기 싫었는데, 또 한국인 티날까봐 그런것도 있었는데 가이드 없이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쩔 수 없었다. 책을 보니까 조금은 이해가 됬다. 그래 앞으로는 이렇게라도 하는거야. 조금은 가슴이 시원해졌다. 그리고 눈썹을 휘날리며 스쳐지나가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제 공항에서 만난 자유여행왔다는 여자애들을 만났다. 그리고 내 책을 보고 한국인임을 눈치챈 어떤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은 나중에 앙코르 톰에서 또 만나게 된다.

앙코르 톰, 그 담장 안에 여러 사원들이 있다. 바욘에서 관리인이 나더러 예쁘단다. -_- 혼자 온 동양여자다보니 말 걸기가 쉬웠을거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뭐 거의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어디서 왔냐? 혼자 왔냐? 왜 혼자왔냐? 셋트질문이 계속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바욘의 담벼락을 구경했다. 3단계로 새겨놓은 맨 밑의 일반인들 생활상. 나름대로 재미있게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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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잡는 모습도 있고, 밑에 사람은 불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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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가는 남편에게 먹을 거 챙겨준다고 자라를 주는 부인네. 그러나 자라가 남편 엉덩이를 물어서 째려본다. 이건 한국인팀이 지나가면서 가이드가 한 말을 들은 건데 정말로 그런 것 같다. 달리 이걸 뭐라 설명해 ㅋ


바욘의 미소를 보면서 땀을 식힌 후 바푸온으로 갔다. 사실 바푸온인줄도 모르고 그냥 갔다. -_-
아니 이 멀고 먼 앙코르톰 내에서는 내가 발품팔아 돌아다녀야 했다. 바이크맨은 바욘옆의 몇 번 상점에서 기다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참나 이럴거면 그냥 집에 가버리라고 하고 싶다.
기다리는 동안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생각했는데, 가서 보면 그냥 멍하니 쉬고 있는 것 같다. 그 시간동안 왜 공부같은 걸 하지 않는지 너무나 한심하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같이 돌아다녀 줄 생각도 없어보였다. 그러면 나한테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단다. 자신은 가이드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에 제지를 당한다고.

길고 긴 다리를 지나 도착한 바푸온은 한참 공사중이었다. 완성되면 엄청 아름다울 듯 할 사진이 걸려있었다. 돌아나왔는데 어떤 넘이 길을 알려준다. 내가 어디로 가는 줄 알고 길을 알려주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리로 갔다. 사실 서대문에 가 보려고 했는데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 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갔다.

코끼리 테라스가 나왔다. 정말 시시하군. 거기서 승리의 문으로 뻗은 도로를 잠시 감상했지만 책에서처럼 그 시절의 영화로운 군대의 모습이 상상되지는 않았다. 다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금발들을 내려다보며 부럽다 생각했다.
아까 산 물도 다 마셔서  저쪽 구석으로 가서 파인애플을 사먹었다. 1달러라는데 반으로 깎고 아줌마 옆에 앉아 먹었더니 맛있냐네. 아줌마 이마 중앙에 커다란 멍이 있길래 뭔지 물어보니 자전거 타다 넘어졌단다. 헐.

레퍼킹을 잠시 봐 주고 피미아나까스에 갔다. 방향이 한참 잘못되서 많이 걷고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힘들다고 가버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단지 그 이유로 간 거지 뭐-_-
가다가 앙코르 왓에서 내가 한국임을 눈치만 채고 사라진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은 어느새 무리를 이루고 있었는데 무려 4대의 카메라로 그들을 찍어주고는 허탈하게 피미아나까스에 올랐다. 아무리 연신 고맙다고 했지만 4대 x 1,2,3 를 외치고 나니 내가 무슨 찍사도 아니고 정말 기분이 야릇해져 버렸다. 기분은 안 좋은데 웃어야 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피미아나까스는 계단을 많이 올라가야했다. 그건 꽤 재미있었다. 웬 넘이 나더러 예쁘다며 여기저기 안내해주더니 돈을 달라고 했다. 천리엘이라도 달라는데 안줬다 -_- 내가 혼자니까 사진도 찍어주겠다는데 거절하길 잘했지. 내려오면서 금발부부에게 조심하라고 소년 두명이 안내해주고 돈달란다고 말해줬다. 아저씨가 알아듣고 부인한테 갸르송 어쩌구 하더군ㅋㅋ 돈이 아깝다기 보다는 그냥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해줬다.

난 왜 서문에 가고싶었을까. 역시 여기와서도 이상한데만 잘 찾아낸다니까-_-; 그러나 가지 못했다. 가다가 어떤 일본여자애하고 대화하면서 그냥 돌아와버렸다. 그 애는 피미아나까스에 가려던 참이었는데 나처럼 그냥 돌아와 버리는 것이었다. 내가 거기에 있는 두 명의 소년 얘기를 해서인 것 같았다. 암튼 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만나서 안되는 영어로라도 야그를 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애도  히얀한 것이 나만큼이나 영어를 못하던데, 그래도 얘가 머무는 곳에는 일본인이 꽤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귀여웠다;;

돌아오는 길 닛에게 말했다.
[베트남보다 캄보디아 사람이 더 인물이 나은 것 같아. ]
남자, 여자?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고.]
아냐 베트남 여자가 더 예뻐. 더 피부가 희잖아. 사람들이 너를 자꾸 보는 것도 피부가 희기 때문이야.
[어 피부는 흰지 몰라도 난 캄보디아 인들이 평균적으로 더 잘 생긴 것 같아.]
그.러.나. 이건 내가 베트남에서 1시간 밖에 경유를 안했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었을 뿐. 나중에 보니
캄보디아 인들은 거의 남자라도 키나 덩치가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많은 데 비해, 베트남에는 날씬하면서 키도 크고 얼굴도 하얀 잘생긴 남자들이 아주 많았다. ㅋㅋ

[앙코르 왓엔 스님들이 많더라]
어, 저기 봐. monk들과 monkey들이 같이 놀고있다!

내 방문을 딴 다는 것이 어떤 창고로 들어가버려서 직원이 데리고 나왔다. 막 웃으면서. 이제는 이 방에 벌써 적응을 해 버렸는지 너무나 아늑한 느낌이다.
저녁에는 자스민 레스토랑을 지나 길거리 음식과 앙코르 맥주를 먹으며 좀 싸돌아 다녔다. 밤이라 외국인일줄 모를거라 생각했는데 모든 툭툭이 나를 부르고 앉았다. 짜증나~ 어디서 왔냐고 그러면 니혼진데스라고 ㅋㅋ
그런데 좀 많이 산책을 했는지 발이 아퍼져서 돌아와버렸다. 한국인들을 정말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가든에 전화를 했다. 내일 가볼까. 그리고 가족들에게 영어로 문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