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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윤 - 오히려 최첨단 가족 본문

책/500

박혜윤 - 오히려 최첨단 가족

사랑스런 터프걸 2023. 4. 4. 13:04

학교 선생님이 아이를 어떻게 보는지는 애나 나나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것도 선생님의 마음이며, 자기 마음대로 보는 것일테니까.

고틀립은 어린시절의 실망과 상처는 정신의 면역력을 높이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돈과 권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성인이 되면 지루함, 실망, 실패, 상처를 피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불완전함을 수용할 줄 아는 것이다.

아이들은 선택지가 적었을 때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훨씬 높게 집중했고,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한 것이다. 
이삼십대에 좋은 직업과 직장을 가지고도 더 좋은 직장이 있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하는 심리는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이 고틀립의 주장이다. 어려서부터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메세지에 익숙해지면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의심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삶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그 자체로 예술이니까. 하나밖에 없이 고유하다는 점만 봐도 삶이란 예술의 정의에 딱 들어맞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우리는 결코 같은 의견을 가질 수 없음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싸우는 목표는 상대를 설득해서 나와 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욱 나다워지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상대에게 내 의견을 주장하는 경험만큼 강렬하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는 기회도 드물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평가하는 성공과 평가의 기준을 떠나 내 인생을 음미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벌릿(<고슴도치와 여우>)이 승리를 먼저 정한다고 한 것은 무언가를 하기 전, 실패도 승리도 알지 못하는 사전에 행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것도 승리라고 스스로 의미를 정할 수 있다. 인간의 한계 때문에 오히려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는 역설이다.

남이 보기엔 한 평생 꽃길만 걷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조차 누구나 자기 몫의 불행과 고난이 있다. 
불행을 외부로부터오는 사건이 아닌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안을 타고났고, 어떤 상황에서도 불행거리를 읽어내고야 말기 때문이다. (진화론에서는 불행에 대비하는 이런 성향이 온갖 위험 속 야생에서 살아남는 데에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철학에서는 행복이란 애당초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하고, 종교에서는 원죄나 인생고라고 설파한다.)

또 다른 하나의 인간이 가진 본성은 자기합리화다. 고난이나 실패에 대해 인간은 자연스레 남탓을 먼저 찾는다.
이 고난이나 실패를 벗어나려고 내가 뭔가를 애쓰며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아예 치유할 상처 자체가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친정 부모님이나 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나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또 내가 엄마가 된 현재의 가족에 대해서도, 모범적이고 좋은 가족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사라졌다. 배우자건 아이들이건 내 말을 안 듣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또한 그들도 역시 나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본성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화낼 필요도, 아빠 뜻대로 따라야 할 필요도 없어.

매일 밤 우유를 데워 요구르트 메이커에 넣어두면 아침에 완성돼있는 요구르트에 냉동실의 야생 블랙베리 한 컵을 넣어 먹는다.
그리고 여러 견과류 열 알 정도를 생으로 먹는다. 또 치아씨, 아마씨, 햄프씨 등을 두 숟갈 정도 먹고 보리, 귀리, 메밀을 볶아 섞어둔 곡물류를 두 숟갈 넣는다. 즉, 요구르트에 다양한 내용물을 넣어먹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아침이다.

점심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빵을 구워 잘라서 냉동한 것을 매일 꺼내 다시 토스트해 먹는다. 빵에는 버터, 너트버터, 잼 등을 발라먹고, 가끔 치즈를 얹어 굽거나 크림치즈를 사서 바라먹기도 한다. 도시락을 쌀 때도 빵, 치즈조각, 너트버터, 잼, 말린과일, 다크초콜릿의 조합으로 아이들이 직접 싸둔다.

저녁에는 제철야채들을 대접에 한가득 수북하게 해서 먼저 배를 적당히 채운다. 
야채를 오븐에 구운 후 아무 양념없이 그대로 먹는 것이다.
종종 취향껏 소스를 얹어먹기도 하지만, 그것은 각자 알아서 선택한다.
현미밥에 집에서 만든 낫토, 고추장, 올리브오일과 소금, 굽지않은 생김, 두부(야채 구울 때 같이 넣고 데운 것), 직접 맘대로 담근 김치(양배추, 배추, 무를 썰어서 소금에 절여 물을 빼주고 새우젓, 마늘, 고춧가루, 설탕을 넣고 섞어서 김치 흉내를 내 담근 것)를 먹는다.

그런데 이렇게 한 두번 하고 나더니 끽소리도 안하고 그냥 주는대로 먹는다. 아무것도 안해도 얻어먹는 음식 맛이 최고임을 그렇게 깨달은 것이다.

곡물의 경우에는 2주에 한번씩 볶아두고
요즘에는 냉장고나 오븐, 요구르트 메이커 등 신식기계를 이용하면 정말이지 식은죽먹기다.(게다가 가격도 엄청나게 싸다)
이렇게 준비한 발효음식이야말로 가장 빠른 fast food다.
이렇게 만든 된장은 밥에 쓱 비벼먹기만 해도 맛있다. 집에서 콩을 불려 만든 된장은 살균되지 않아 살아있는 발효상태라서 맛이 정말 좋다. 발효음식 만들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현대기술의 진보를 잘 모르는 것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남을 미워하지 않는 것! 당당하게 자신으로 있기 위해서는, 나를 비난하는 사람조차 그들의 솔직함이라고 여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