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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윤태호 - 미생 본문
만화는 물론 드라마까지 섭렵하고 있다
그래. 어차피 '한 판의 바둑'이라지만 바둑을 업으로 삼을 사람으로서 연구가 덜 된 수를 실전에서, 그것도 연구생 리그에서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너조차 설득이 안 된 수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겠어?
네 수준에서겠지만, 그 수는 적어도 너만큼은 설득이 끝났어야 해!
상대를 네가 주도한 게임으로 이끌려면 의심을 보여선 안 된다고!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 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라는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하나의 수는 그 직전의 수가 원인이 된다.
지금 이 수가 왜 놓여졌는지 이해하려면 그 전의 수를 봐야한다.
상대가 반발하려는 것을 이해하려면 지금까지의 수 중에서 무엇이 아팠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반집으로라도 이겨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순간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 집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순간을 놓친다는 건 전체를 잃고 패배하는 걸 의미한다.
당신은 언제부터 순간을 잃게 된 겁니까.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
조치훈 9단이 하신 말씀이에요.
바둑 한 판 이기고 지는 거... 그래봤자 세상에 아무 영향없는 바둑.
그래도 바둑.
세상과 상관없이 그래도 나에겐 전부인 바둑.
나에게 허락된 세상이니까.
어차피 승부는 논리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말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의 괴로움으로 족하다. - 마태복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