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 딸에게 주는 레시피

딸에게 주는 레시피 국내도서 저자 : 공지영 출판 : 한겨레출판 2015.06.09 상세보기

이 별로 훌륭하지 않은 정부도 단지 너를 구하기 위해 그 많은 돈을 내야할 만큼 너는 비싼 사람이다. 그러니 300억원도 안되는 연봉에 웃고 울지말자. 그 연봉에 너와 너의 인격과 너의 소중함과 너의 자존심을 다 팔아버리지는 말자.

상대방에게 내가 어떻게 해줄 때 너는 사랑을 느껴? 라고 물어보지 않았겠지.

어떤 사람은 모든 걸 챙겨주고 밥을 주고 이런 때 사랑이라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함께 놀아줄 때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 어떤 사람은 자신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줄 때(예쁘다, 멋있다, 훌륭하다 등등의 찬사를 늘 받을 때)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 그리고 어떤 이는 육체의 사랑을 나눈 것이

특별히 참을성이 많고 특별히 인격이 고매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 사랑과 관심의 유형이 잘 맞아서 그러는거지.

해주는 것이 없어도 마음이 너그럽고(상대 남자에 대해) 볶지도 않고 심지어 자신을 믿고 존경하는 여자를 상대 남자는 결코 떠나지 않아.

술은 대개 감정을 증폭시켜주기 때문에 좋은 일을 만났을 때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 특히 감정이 심하게 상했을 때는 입에 대지 않는 게 좋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사실과 망상, 사실과 집착, 사실과 환영 사이를 구분하게 되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모든 현상 속에서 사실을 골라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단다.

네가 혹여 평생 평범 이하의 생활을 하게 할지도 모르는 예술의 길을 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 불면의 밤에도 마음의 평화는 그것과는 별개로 네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평화는 사실 우리의 남은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란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우리에게 품위를 부여해 줄 그것, 그 평화 말이다.

뜨거운 비프 커틀릿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몸을 깨끗이 씻고 난 저녁의 한갓짐, 이런 평화 말이다.

사람이 진정 어린이 되어 자기를 책임진다는 것은 간단하더라도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포함돼. 아주 중요한 요소지.

기도는 일정시간을 정해서 해. (특히 이른 아침이라면 그 효과는 10배, 20배가 넘지)

죽는 날 아침에도 거울을 보며 말하고 싶구나. "네가 살아온 모든 날 중에서 오늘 네가 제일 아름답다"하고.

남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실은 자기 자신에게도 무관심하다.

삶은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몫이다.

걷듯 가벼이 앞으로 나아가거라. 다만 이 한 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