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정여울
약력: 문학평론가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아내고 싶다. 그러려면 ‘설렘의 기술’이 필요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도 처음처럼 설레어하고, 아무리 힘든 날에도 결코 시들지 않는 싱그러운 기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내가 느끼는 모든 미세한 떨림을 글로 쓰고 싶지만, 부끄러움이 많아 그 꿈을 다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점점 더 그 길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기쁘다. 오늘도 설렌다. 내가 느낀 이 모든 설렘은 태어나 처음 느끼는 것이니까. 이 은밀한 설렘을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까.
저서로 인문학적 감수성을 담은 유럽 여행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과 『그림자 여행』, 『헤세로 가는 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의 따뜻한 감성을 담은 에세이, 그리고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 『마음의 서재』, 『공부할 권리』 등 인문서를 출간했다.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이효석 연구로 동 대학원 국문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국악방송〈정여울의 책이 좋은 밤〉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환자가 치료자를 찾는 이유는 신경증을 치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서라고. 정말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 더 나아가 매순간 새로 태어나기 위해, 매일매일 더 나은 자신과 만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바로 그 소중한 하루하루가 모여 나다움을, 내 나이를 만들어갈 것이다.
노년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더 좋은 삶, 더 따뜻한 삶을 향해 노력해야 하니까. 그 노력마저 너무도 자연스러워야 하니까.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다가 정작 나 자신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하는 문제를 쉽게 잊곤 한다.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더 소박한 집, 더 작은 자동차, 더 검소한 옷차림에 만족하며 지내지 않았을까.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해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를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타인을 진심으로 아끼고 배려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저절로 보살펴지니 말이다.
더 높이, 더 빨리만 외치는 삶에서는 사소한 불상사도 치명적인 장애물이 되거나 우울증의 근원이 된다. 차라리 인생은 고임을 꾸밈없이 긍정하는 것이 아주 작은 기쁨에도 감사할 수 있는 길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만으로도 365일 24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드는 공부와 글쓰기
화려한 겉모습을 포기하고 꾸밈없는 삶 그 자체를 선택한 나무의 용기를 닮고싶다.
우리 세 딸을 세상 무엇보다 아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힘들게 살아가지만 자애롭고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면 꼭 잃어버린 나의 아버지 같아
하지만 인생은 너무 짧아서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진정 용감한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조차 자신에게 우리한 환경으로 바꿀 줄 안다.
언젠가 내가 그 누구의 판단에도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지면, 그 땐 누군가와 상의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혼자 결정하는 연습을 하면서 나는 점점 나다워지고 있다. 가끔은 실수해도 괜찮다. 실수를 통해 무언가 깨닫는 점이 훨씬 많음을 이제는 알기에. 신앙이나 미신이나 친분관계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지성과 의지로 어려운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참고하고, 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차분히 성찰한다. 혼자 결정하는 날들을 통해 점점 담담하고 차분한 사람이 되어가는 게 좋다.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점집을 드나들거나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주변 사람들의 참견에 의존하는 사람은 평생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은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함으로 평생 자신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킨다.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자라지 않는 내면아이와 작별할 시간인 것이다.
혼자일 때 더욱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독립심은 강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부드럽고 유연해야 한다. 즉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지내는 게 독립심의 필수 요소다. 그저 혼자있음에 편해지기만 한다면 진정한 독립이라기보다는 혼자있는 상태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극도로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해갈 수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그리고 아무리 불편한 사람과도 잘 지내는 길을 찾기 위해 자립심을 배워야 한다.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만으로 그 감정의 고통이 치유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대접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나의 실제 행동과 양심에 따라 매번 평가받는 존재임을 잊지 않을 때, 스스로의 존엄과 품격도 지켜낼 수 있다.
진정한 자존감은 바로 타인의 시선을 나의 시선으로 착각하지 않는 냉철한 분별력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남에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타인을 도구삼아 자신의 힘을 표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살마들의 갑질은 더욱 문제다. 그렇게 혼자서는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없는 사람들, 고독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의 병폐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
고난이 없는만큼 경험도 지혜도 부족했다. 세상은 아름답고 행복하고 좋은 곳이야라고만 가르치는 것도 억압의 일종이다.
인간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통해서만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 거기 우리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어둠이 있으니까. 거기 우리 자신의 뼈아픈 그림자가 투영되어 있으니까.
내 안에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세 번째 걸음은 아마도 비틀거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듬어주고 쓰다듬어주는 일이 아닐까. 넌 반드시 괜찮아질거라고. 네 불안보다 너는 훨씬 크다고. 네 두려움보다 너는 훨씬 깊고, 넓고, 환한 존재라고. 나는 나에게 속삭이고 싶다.
낯가림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위해 나는 나도 모르게 타인의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게 됐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나에게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리니까.
가끔은 내 아픈 상처들과 부끄러운 기억들, 슬픈 추억의 그림자들이 거대한 기병대를 이루어 나를 든든히 호위하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아픔의 상처들이 모여 더욱 단단한 자아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산에서 살다>
단 며칠 만이라도 완전한 휴식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텔레비전도 영화도 보지말고, 정말 쉬는 것이다. 바깥 세상을 향한 마음의 안테나를 완전히 꺼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유혹의 진공상태에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마치 매직아이처럼 떠오른다. 광고나 미디어가 유혹하는 욕망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수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깡그리 접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어떤 감정이나 기억에 집착하다보면 차분히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점점 잊게 된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다 소중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없이 가라앉는 내 기분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을. 내 기분의 고삐를 내 이성이 틀어쥐지 못하는 순간에 실수나 불상사가 생긴다. 기분에 좌우되는 삶이 아니라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멋진 기분을 창조할 줄도 알아야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
두려움을 고백하는 일,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는 일은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고의 지성'을 갖춘 이에게만 허락되는 눈부신 축복이다.
좋았던 한때를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가장 부끄러웠던 기억, 가장 휘회스러운 기억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흔치않다.
내 행동을 부끄러움을 깨닫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기에.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이 탄생하는 자리가 우리네 인생의 2막이 시작되는 곳이기에.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루소
마음은 그냥 제멋대로 내버려두면 안 된다. 어디로 가는지, 어떤 빛깔인지, 혹시 망가져버린 건 아닌지 자꾸만 비춰보고 매만져주어야 한다.
하기 싫은 일에 노라고 대답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진짜로 예스라고 대답하고 싶은 순간에는 이미 너무 지치고 피로했다. 싫은 일을 억지로 해내느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분부시게 살아가는 길, 그것은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만큼이나 타인이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를 배려하는 길이 아닐까.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그 자체로 더없이 소중하다고 그 감정을 한 순간도 외면하지 말라고. 무언가를 절절히 느낄 수 있다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우리의 사랑과 희망과 용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