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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00

불안

사랑스런 터프걸 2010. 5. 25. 22:04
불안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이레,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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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그들의 영혼을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아야 한다.
이런 새로운 기준으로 판단할 때 돈을 모으고 그 많은 부분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이다.

사치품에 대한 요구가 없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나태에 빠지고,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리며, 결국 공중에게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들은 함대와 군대를 유지하거나 먹여살릴 수 없다. - of luxury, Hume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

볼턴 홀은 먼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해야만 하는 상황의 어색함을 이야기한 뒤, 독자에게 사무실이나 공장을 떠나 미국 중부에서 농지 3에이커를 적당한 가격에 사라고 권했다.

15~17C까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궁정에서 생활했던 명민한 귀족들의 글을 읽어보면 근대의 사업체에서 생존하는 비결을 터득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이 출세를 하려고 할 때, 공식적인 정규적 역할 외에 어떤 책략을 구사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당신은 정직한 사람이다. 주군의 총애를 받는 신하들의 비위를 맞추지도 않고 그들의 미움을 사도 상관 안한다. 그저 당신의 주군과 의무를 사랑하며 살 뿐이다. 그래, 그래서 당신이 망한 것이다." - La Bruyère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따라서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변함없이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요구에는 변함이 없어, 유아시절과 비교해 봐도 줄어든 것 없이 꾸준하고 집요하다. 그래서 우리의 요구와 세상의 불확실한 조건 사이의 불균형은 지위에 대한 불안을 끈질기게 들쑤시는 다섯번째 이유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자존심 역시 다른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우리도 성질급하게 결투에 나서는 인간들과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머리는 진정한 행복이 자리를 잡기에는 너무 초라한 곳이다. - Arthur Schopenhauer

엠페도클레스도 다른 사람들의 지성에 의심을 품었다. 그는 환한 대낮에 등을 켜들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나는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을 찾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장터에서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본 행인이 물었다. "그렇게 욕을 듣고도 괜찮습니까?" 소크라테스는 대답했다. "안 괜찮으면? 당나귀가 나를 걷어찼다고 내가 화를 내야 옳겠소?"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진다더냐? 금, 상아, 작은 꽃 한송이는 어떤가?" 마르쿠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이렇게 감정은 과녁을 넘어가거나 못미치기 십상이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이성을 이용하여 감정을 적절한 목표로 이끌라고 충고해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서워할만한 것인지 자문해 보라는 것이다.

...단순화와 비논리, 편견과 천박함으로 얼룩져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가장 터무니없는 관습과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의식들이 '하지만 그것이 전통이야'라는 말로 용인되고 있다." -  Chamfort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존중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 Arthur Schopenhauer

나는 보통 6시 30분에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서 9시면 사무실에 출근해있지.

체스터필드는 또 여자관계에 대해서 충고하면서, 신사는 결혼을 해야하지만, "여자는 다 큰 애일 뿐"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여자 옆에 앉게 되면 신사는 입을 다물기보다는 "재잘거려야"한다.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여자한테서 둔감하거나 오만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회의 기반은 '능력주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성취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거둔 것이라고 이해한다. 부를 축적한 사람은 일단 주요한 미덕이 적어도 네가지는 있다고 칭송을 받는다. 그 네가지란 창의성, 용기, 지능, 체력이다.

돈을 버는 것은 실제로 종종 인격적인 미덕을 요구한다. 어떤 일자리든 그것을 유지하려면 지능, 힘, 선견지명, 남들과 협동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몽테뉴는 힘있고 부유한 자를 만날 때 흥분을 억제하고 가난하고 미미한 자를 만날 때 판단을 억제할 것을 요구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 산 자동차는 우리가 이미 소유한 모든 경이로운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곧 우리 생활의 물질적 배경 속으로 사라져, 특별히 눈길을 주게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강도가 창문을 깨고 라디오를 훔쳐가는 역설적인 봉사를 해 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감사할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달을 것이다.
광고는 또 어떤 물품이라도 우리의 행복 수준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아무리 우아하고 세련된 자동차라도 그 만족감은 인간관계가 주는 만족감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행복은 내적인 영적 활동이며, 그 특징은 친절과 빛과 삶과 공감이 확대되는 것 - Matthew Arnold

분석을 통하여 이데올로기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밝혀 그 뇌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가 속한 사교계에서는 "야망, 권력에 대한 집착, 선망, 호색, 오만, 분노, 복수를 존중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덜 의존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신 죽어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자신의 소멸을 생각하다보면 우리가 마음 속으로 귀중하게 여기는 생활방식을 향해 눈길을 돌리게 된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 용기를 얻어 사회의 기대 가운데 정당성이 없는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해골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억압적인 의견도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정직한 기독교인의 의무는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록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이었다. - Sir Thomas Browne

문장의 자랑, 권력의 허세,/ 모든 아름다움, 모든 부가/ 똑같이 불가피한 순간을 기다린다./ 영광의 길은 무덤으로 통할 뿐. - Thomas Gray

이런 소멸의 전망에 위로의 힘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우리의 불안의 많은 부분이 우리의 기획과 관심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상 때문에 괴로워하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너무 크게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따라서 기독교 도덕가들은 불안을 달래려면 낙관적인 사람들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모든 것이 최악으로 흘러간다고 강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전장은 무너져 내리고, 은행은 폐허가 되고, 우리는 죽고,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사라지고, 우리가 이룬 것들, 심지어 우리의 이름마저 땅에 짓밟힐 것이다... 지위에 대한 우리의 하찮은 걱정을 천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우리 자신의 미미함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된다.

우리의 약점에는 늘 두가지 요소가 있다. 공포와 사랑에 대한 욕망이다. 

기독교의 주장에 따르면 낯선 사람이란 없다. 다른 사람이 우리와 같은 요구와 약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낯설다는 인상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가장 고귀하고, 인간적인 깨달음이다.

"인간은 모름지기 순응하지 말아야 한다." 에머슨의 말에 따르면, 어떻게 살고, 옷을 입고, 먹고, 쓰느냐 하는 문제에서 다른 사람들의 관념에 맞추다보면 얼굴에 서서히 "우둔한 표정"이 나타나게 된다.

이제 결코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지 말라.

다다의 창립자 Tristan Tzara는 1915년에 취리히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똑똑한 사람들은 표준적 유형이 되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백치다. 다다는 모든 곳에서 백치적인 것을 확립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다주의자들은 취리히의 멋진 레스토랑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있는 브루주아지에게 "다다"하고 소리쳤다.

창피를 당할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어떤 집단의 판단 방식을 우리가 이해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