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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작품

소금

사랑스런 터프걸 2015. 10. 29. 15:11



소금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 | 2013-04-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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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화려한 문화의 중심에서 만원씩 하는 커피를 마실 때, 늙은 아버지들은 첨단을 등진 변두리 어두컴컴한 작업장 뒤편에서 인스턴트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있는 게 우리네 풍경이었다.


늙으면 무조건 버림받게 돼 있어. 과실을 따올 때 겨우 아버지, 아버지 하는 거라고. 둘러봐. 아버지가 번 돈으로 술 마시는 쟤네들, 쟤들 머릿 속에 지금 늙어가는 아버지들이 들어있겠어?


청바지가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도 영인의 기타연주는 언제나 최고였다. 빌딩의 유리닦이로 일하는 아버지를 위해 저녁마다 기타연주를 들려준다는 영인의 말은 감동적이었다.


오로지 받는 관계에만 길들여져 있어, 돈 줄이 사라진 위기 속에서 어떻게 서로 사랑하고 의지해가야 되는지도 그녀들은 몰랐다.


왜 함께 있을 땐 아무것도 몰랐을까.

시우에겐 그것이 가장 큰 회한이었다. 어머니 아버지가 곁에 있을 때 그녀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라는 이름이야말로 사람으로서 당신들을 이해하는 길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스무살이 넘으면 자식들도 엄마아빠라고 하지말고 선명우, 김혜란씨, 이렇게 부르기로 하면 좋겠어!


대학생활은 생각만큼 재미가 없었다.

전인미답의 아름다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했던 건 착각이었다. 입학 동기들은 하나같이 어리바리했고, 술이나 마시러 우왕좌왕 떼지어 몰려다닐 뿐이었다.


네 언니들은... 소비의 수렁에 빠져버렸어. 나도 이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구나!


단지 부모가 획득해오는 과실이나 사냥감을 잃는 일이라고 착각할는지 모르지만, 만약 고아가 되는 게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녀는 단호히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잃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서산의 굴은 조석간만의 차이가 많은데다가 돌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알갱이가 작고 난소가 발달되지 않아 젓갈 재료로는 최고라 여겼다.


그것은 속물적인 화려한 가구, 번쩍번쩍한 전자제품 등과 낡은 것들이 잡탕으로 뒤섞여있는 여느 살림집과 전혀 달랐다. 집 안에 들어와 한참 앉아있으면 저절로 편안히 쉬는 느낌이 나는 분위기였다.


우리나라 천일염이 세계적인 브랜드인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이나 나폴리의 샤이염전 소금에 비해 미네랄 함량이 월등히 높다

가령 땅에서 나는 암염은 미네랄 성분이 거의 없는

공업적으로 불순물을 제거한 정제염은 염화나트륨 성분이 거의 전부야. 거기엔 오로지 짠 맛 밖에 없어요.


조선의 선비들은 개인의 영달이나 처자식 때문에 신념을 굽히게 될지도 모를 자신을 미리 경계하느라 곧고 담백한 배롱나무를 뜰에 심어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한다.


제 자신을 버리고 욕망에 따라 떠도는 부랑


아내가 불만이니 아이들도 자연히 삐죽, 주둥이가 나왔다. 소비하기 좋은 안락한 곳으로 가는 것만이 아내는 겨우 여행이라고 여겼다. 그와 아내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의 하나였다.


구례 산수유축제가 끝나면 진해 군항제, 영취산 진달래축제가 이어졌다. 경상도의 봄빛을 따라가면 고성 공룡축제, 김해 가야문화축제, 하동 차문화축제, 울산 쇠부리축제가 열렸고, 전라도엔 남원 춘향제, 담양 대나무축제, 보성 다향제, 함평 나비축제 등이 열렸으며, 충청, 경기, 강원도에선 음성 품바축제, 이천 도자기축제, 강릉 단오제, 연천 전골리 구석기축제 등이 열렸다. 그는 발길 닿는대로 수많은 축제를 훑고 다녔다. 여름축제도 많았다. 사북 석탄축제, 무주 반딧불이축제, 영월 동강축제, 화천 토마토축제, 충주 호수축제, 통영 한산대첩축제, 괴산 고추축제 등이 여름축제였다. 가을은 더욱더, 전국이 다 축제의 마당으로 변모했다. 평창 효석문화제에서 백두대간 골골을 쫒아내려와 낙동정맥을 우회해, 호남정맥으로 바꿔타면 곧 갈대축제가 열리는 순천만에 닿았다. 갈대가 피면 겨울의 시작이었다. 겨울엔 땅끝 해맞이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대관령 눈꽃축제, 인제 빙어축제, 울진 대게축제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든지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차를 몰고 가다가 강산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눈시울을 붉힌 적도 많았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맘에 드는 남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게 내 꿈이야.


아버지의 소외는 본인포함, 가족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끝없는 물욕은 추하다. 그러나 보통은 물욕이 한계를 모르고 질주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당연스레 그리살고있는것을. 당연한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