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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 여자의 독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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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으로부터 시작하고 또 끝난다. 박경리는 토지를 원래 1부로 끝내려고 했다는데, 2부로 넘어가고 결국 5부에 이르는 해방의 시간까지 달린다. 22년 동안 하나의 책을 써나가는 그 집념은 도대체 어떻게 계속될 수 있었을까? '자신과의 언약'일 뿐이다.
banality of evil 악의 상투성·진부함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와의 관계의 변주곡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21세기가 되어도 우리는 그 티격태격, 좌충우돌, 밀고 당기기, 알콩달콩하는 모습에 빠져들곤 한다. 웃음 가득한 로맨스, 곡절을 겪지만 사랑에 골인하는 로맨스가 자신의 삶에서도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Antonia's line
sex생물학적 의미의 성, gender사회적 의미로서의 성
나는 그들의 특별한 감수성 때문에, 그들의 남다른 표현력 때문에, 그들이 현실을 마주하는 남다른 능력 때문에 그들이 좋다. 무엇보다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 때문에 그들이 좋다.
현실이라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가? 자신을 낱낱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들여다본다는 게 얼마나 힘든가? 비루한 나, 찌질한 나, 숨어있는 나, 또 다른 나를 직면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가? 추악하고 비열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소시민이라고? 우리 다 소시민인데, 뭘? 비겁하다고? 인간은 원래가 겁이 많은데, 뭐! 비열하다고? 인간들이 모이면 비열함이 나오는데, 뭐? 찌찔하다고? 삶이란 원래가 찌질한 것인데, 뭐?
박완서의 글에는 부족한 인간, 약한 인간, 비겁한 인간, 삶의 무거움 앞에서 쪼그라든 인간들이 그 모습 그대로 나온다. 그것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려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극복해내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정교하게 또 냉철하게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인간은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빠지면서도 자기가 하는 일에 거리를 둘 줄 아는 인간이 나는 좋다.
축출 자본주의, 복잡한 세계경제가 낳은 잔혹한 현실
제국주의의 경제에서는 특정 국가가 특정 국가를 약탈했다면, 20C후반부터 일어나는 세계주의 경제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약탈과 착취가 전 지구적인 스케일로 벌어진다.
부익부 빈익부 현상은 사회에서도 기업에서도 국제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약탈하고, 경제대국의 이익에 작은 나라들이 약탈당한다.
국가는 어느새 무력화되어버린다. 초국적 기업의 수익은 커지지만 국가재정은 빚더미에 올라서고, 국가의 정책은 99%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것보다 1%의 부자 또는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한다.
한 화가의 작업노트를 본 적이 있는데, 글과 스케치와 하루의 동선과 상상이 얽혀있어서 무척 흥미로워했던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