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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이병률 산문집 = (1994-2005)Travel notes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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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시시하지 않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면 시시해요, 사랑은.
너무 많은 불안을 주고받았고, 너무 많이 충분하려 했고
너무 많은 보상을 요구했고, 그래서 하중을 견디지 못해요.
그래서 시시해요, 사랑은.
그러니 어쩌죠? 신발을 사지 말까요? 옆에 아무도 못 오게 할까요?
하지만 그럴 순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건 어때요?
시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확신한 그 지점, 그 처음으로 달려가세요.
그리고 당분간도, 영원히도 사랑은 사랑이기 때문에 별거 아닌 채로 계속
자나 깨나 시시할 거라고, 또박또박 말한 다음, 처음부터 다시.
지구 반대편에 가 있다 생각하고 세상 모든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처음부터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