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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800

하악하악

사랑스런 터프걸 2010. 5. 4. 21:02
하악하악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외수 (해냄출판사펴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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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메마르면 눈물도 메마른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타인의 아픔에도 눈믈을 흘릴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하나는 자신의 외모를 비추어볼 수 있는 마음 밖의 거울이고 하나는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안의 거울이다. 그대는 어느 쪽 거울을 더 많이 들여다보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미래는 재미있게 놀 궁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젊은이들보다는 재미있게 살 궁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젊은이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무대다.

사람은 손이 두 개다. 오드리 햅번의 말처럼 한 손으로는 자신을 보살피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을 보살피라는 뜻이다. 그럼 다리가 두 개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다리로는 자신을 지탱하고 다른 한 다리로는 나쁜 놈들을 조낸 걷어차주라는 뜻이다. 아놔, 자비심. 나쁜 놈들에게는 때로 발길질도 자비요 축복이다.

아놔, 상대편 선수들은 명왕성에 가서 따로 경기하고 있냐. 그리고 비는 우리 선수들만 쫒아다니면서 쏟아지고 있냐. 변명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느려지고 반성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빨라진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일종의 법칙이다.

사랑한다는 말 뒤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영원히'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당근을 달라고 보채는 말일수록 채찍을 들고 싶은 충동을 부추긴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모르면서 아는 척 설치는 것은 죄다.

당신은 콜라병에 담긴 간장과 간장병에 담긴 콜라를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아보지 않고도 구분할 수 있나요. 어떤 대상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청맹과니들의 안쓰러운 신념과 욕망. 박수를 쳐드릴까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가을이 떠나고 있네요. 그래도 하늘은 맑으니 빙그레 웃음 한입 베어 물고 차나 한잔 합시다.

단체로 관광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아직 버스가 오지도 않았는데 일행 하나가 멀미 때문에 구토를 해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모두들 기분이 어떠실까요.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고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는 처지라면, 그대의 인생길은 당연히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수많은 장애물을 만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의 장애물은 하나의 경험이며 하나의 경험은 하나의 지혜다. 명심하라. 모든 성공은 언제나 장애물 뒤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 인생 말년에 어쩌다 축복 한 번 다운 받아보고 싶은데 버퍼링이 너무 깁니다. 파일의 용량이 너무 많아선가요.

젊은이여.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멀고도 험난하니, 그대 배낭 속을 한 번 들여다보라. 욕망은 그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소망은 그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법. 젊었을 때부터 배낭 속에 들어 있는 잡다한 욕망들을 모조리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소망을 담은 큰 그릇 하나만을 간직하지 않으면 그대는 한 고개를 넘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리라. 하악하악.

한 가지 일에 평생을 건 사람에게는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이 무의미하다. 그에게는 오늘이나 내일이 따로 없고 다만 '언제나'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아마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재능을 승부의 관건으로 생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프로는 관객에 대한 사랑을 승부의 관건으로 생각하는 경지에 도달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도 아마도 관객의 눈을 속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이론에 의하면 어떤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알기 이전의 상태로 복원할 수 없다. 그 이론을 사람과의 만남에 적용시키면 어떤 사람을 알고 난 다음에는 알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결론을 유추해 낼 수 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따위로는 완전무결하게 지울 수 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연은 소중하다. 비록 사이버공간에서의 만남이라도 가급적이면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하자. 하악하악.

자신의 실력이 메이저 선수와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마이너 선수는, 그러한 자만심을 버리지 않는 한 메이저 선수로 승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물방개가 다슬기에게 말했다. 한평생 집 없이 떠도는 자의 슬픔을 한 평생 단독주택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다슬기 따위가 알 턱이 없지. 그러자 다슬기가 물방개에게 말했다. 한평생 집을 짊어지고 땅바닥을 기어 다녀야 하는 자의 비애를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물방개 따위가 헤아릴 턱이 없지. (자기보다 더 아픈 자의 고통을 헤아려본 적이 없는 자의 하소연은 대부분 엄살이거나 허영일 가능성이 높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아참, 울 마누라가 여자였지, 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즉시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

"비밀 꼭 지켜"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비밀은 누설된 것이다.

티끌같은 노력으로 태산같은 보상을 바라지 말라. 그런 사람이 축적할 수 있는 재산은 티끌같이 미흡한 존재이유와 태산같이 거대한 불평불만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을 만나면 그래, 산에는 소나무만 살지는 않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지난 일요일은 마누라의 생일. 밤을 새워 정성껏 미역국을 끓였다. 하악하악. 이름하여 감성 미역국. 내조를 잘 하는 아내는 우렁이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평생을 다 바쳐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자는 결혼을 하고 타인의 이목에 신경을 쓰지 않는 습관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아줌마로 전락해 버린다. 아줌마는 매사에 용감한 행동을 일삼기는 하지만 목적이 어떠하든 거룩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줌마가 되지 않으려면 이기적인 행동이 여자의 아름다움을 가장 빨리 훼손시킨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을 빙자해서 정당치 못한 주장까지 인정 받아야 마땅하다고 억지를 부리지 말라. 그대가 다양성 안에 내포된다면 그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다양성 안에 내포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라. 삼백 년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저 고목나무는 오늘도 침묵으로 삼백 가지 목숨을 키우고 있다.

바닷물을 다 퍼마셔봐야만 바닷물이 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종일 남을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결국 하루를 헛살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남들에 비해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데 도무지 이성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분들은 자신이 어떤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라. 인간의 진정한 향기는 어떤 화장품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유를 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기를 소망하지 말고 그대 자신이 변하기를 소망하라. 세상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불만과 실패라는 이름의 불청객이 찾아와서 포기를 종용하고,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성공과 희망이라는 이름의 초청객이 찾아와서 도전을 장려한다. 그대 인생의 주인은 세상이 아니라 그대 자신이다.

그대 주변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대가 "안심하세요, 제가 있으니까요."라고 말해주면 그대를 믿고 안심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요. 가족 조차도 그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대의 인생은 아직 미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