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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수 - 즐겁게 미친 큐레이터

사랑스런 터프걸 2025. 1. 1. 07:19

이일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어린이를 포함한 대중들이 친근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감독하고 있으며, 예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강의와 미술서 집필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획 전시는 안녕하세요!

blog.naver.com/iss003

큐레이터라는 명칭은 원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들을 칭하는 용어로, 갤러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갤러리스트 혹은 딜러라고 하는 것이 옳다.

작품을 미술의 표현 양식으로만 보지 말고, 그림을 그린 사람의 의도와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기 바란다.

현재 국공립 미술관들은 별도로 채용 시험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그에 준한 준비를 별도로 해야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미술관 및 박물관, 대학교, 박물관 포함 수는 한국 335개, 일본 4300개, 미국 약 1만 개, 영국 약 4만 개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인사동, 사간동, 청담동 등 전국적으로 갤러리 수는 500개가 넘는다.

오늘날 창작하는 작가들은 그의 작품 한 점에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소망하고 어떤 소통을 원할까?

작가들에 대해 사람들이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그 작가가 미술 사조를 바꿀 만한 의미 있는 작업을 했느냐 안 했느냐이다.

인간은 누구나 본성적으로 창작의 욕구와 능력, 그리고 소질이 있다.

특히 친분 관계가 두터운 분들의 기획 전시회를 몇 번 보면 그 기획자가 미술을 전공했는지, 회화를 전공했는지, 조각 전공인지, 공예 전공인지 알게 된다.
전시한 작품과 작품 간의 설치 관계를 보면 각 전공에 따라 다른 특성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걸리는 작품들 자체가 그 전시 주체자의 안목 수준이고 세상을 보는 각도인 것이다.

<도상학적 연구 방법으로 작품을 읽는 3단계> - Erwin Panofsky 작품 주제
<미술사의 기초 개념> - Heinrich Wolfflin 그림 읽는 법

작가라는 직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인간, 자연, 문명, 물질 등에 의문을 표하고 틀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이다.
즉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한 산물을 만들어내는 직업이다.
그러니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매혹적인 유혹인가?
작가는 유무형의 모든 대상을 바라볼 때 예술적 시선을 가지고 순간 포착하여 감상자에게 미적 감동과 새로운 경험을 일으키게 할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가질 미술적 가치를 위해서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는지, 혹은 자신의 작품 안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자주 돌아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와 하는 소리가 머리에 꽂히는 순간 험난한 작가의 길에 첫 발을 디딘다.
그 길이 험난하다고 느꼈을 때 그는 이미 창작의 고통에 중독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은근히 그것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사동에서 가끔 보는 상황인데, 부디 전시 서문 청탁을 받거든 길거리 어느 카페에서 작가에게 포트폴리오를 받고 오고 가는 몇 번의 질의 응답만으로 써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 작업실을 방문해 작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두루두루 살펴봐야 한다.
그 작가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해의 밤과 낮을 고통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짜임새 있는 좋은 작품의 전시 기획은 필수다.
본인 스스로 낯부끄러운 전시는 홍보에 자신 없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할 것이다.

큐레이터로서 체크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알아보자.
우선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여 이런 국제 행사 현장에서 내 갤러리의 작품 판매와 함께 같이 참여한 선정 작가를 홍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갤러리 측 한국 작가 홍보뿐만 아니라 나중에 한국에 소개할 만한 외국 작가 발굴을 밀도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외국 작가에 대한 평가와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서도 그곳 외국 갤러리 관계자와의 영어 대화는 필요하다.
본인이 근무하는 한국 갤러리와 외국 갤러리의 상호 교류를 위한 상황 발생이 통역자가 되는 영광도 누려보면 어떨까

기회는 때가 왔을 때 스스로 만드는 것이므로 늘 어떤 내용형식 (공부, 적극적 사교성, 다양한 정보)으로든 스스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놓으면 해 놓았으면 좋겠다.

둘째, 한국 갤러리만의, 본인이 근무하는 갤러리의 특별한 작품 선정이 있어야 한다.
외국 아트페어에 나가면서 어줍잖은 서양 소재나 기법, 그리고 서구적 철학이 담긴 작품은 서양화의 본고장에서는 진정한 승부가 어렵다.
서양권의 아트페어에서는 한국의 오랜 역사, 문화, 예술적인 소재나 기법 혹은 철학만이 차별성을 줄 수가 있다. 이렇게 차별화된 작품 선정과 함께 그 작품에 대한 철저한 이론 공부가 필요하다.
따라서 큐레이터도 작가도 그동안의 작업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다양한 비평글과 작가 노트를 정리하여 영어로 번역하고, 많은 작품 이미지를 담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또한 그 아트페어의 참가 작품 외에도 예전의 다른 작품 사진들을 많이 가지고 가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셋째, 개최국의 특성, 예를 들어 미국인지, 독일인지, 기타 어떤 나라인지에 따라서 그 나라 문화를 공부해야 한다.
그 나라 국민성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최 도시의 특성도 조사해야 한다.
그곳의 주 고객층, 즉 어떤 직업의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주로 오는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여러 나라의 아트페어는 구체적인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좋은 사람들이 재산이고 능력 있는 지위는 천군만마와 같다는 것이다. 늘 진실로 사람을 대하며 자주 안부를 묻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일을 시작했다면 푸념은 푸념이고 실력은 실력대로 쌓아 나가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존심이란 외부의 요란한 겉치레보다 속 내용들, 즉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며 신선한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꿈들이 결국 탐욕스러운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붉은색의 여러 조형물과 달콤한 사탕이 전시장과 함께 적절하게 배치되어
욕심을 종이에 적어서 박스에 넣어주세요. 그리고 꿈사탕을 하나 뽑아가세요. ^^

물론 역시 그 학교, 그 교수님의 그 제자로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인성과 예절, 탄탄한 작품과 완성도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각 대학교의 특성은 전시장 안에서의 작품성과 서로 간의 예절을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웃으며 일을 진행하는 것이 실력이다. 큐레이터에게는 그게 자존심이다.
어느 분야 누구나 진정한 자존심은 뻣뻣함보다 소탈한 웃음에서 나온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웃음을 지을 때 그 모습이 더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등록 작가가 5만 명인 한국의 현 상황에서 작가로 살아남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보통 초대전이 끝나면 작가는 작품 한 점을 갤러리에 기증한다.
이때 기증은 그동안 감사했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의 기를 살려주는 말 한마디는 돈 드는 일이 아니지만 큰 힘을 주는 일이니 인색하지 않게 자주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