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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사랑 이야기 : 어쩌면 나의 이야기 본문

책/800

남의 사랑 이야기 : 어쩌면 나의 이야기

사랑스런 터프걸 2012. 11. 27. 15:21

 


남의 사랑 이야기

저자
김신회 지음
출판사
북노마드 | 2012-02-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서른 개의 남의 이야기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라!서른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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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거나 훌륭한 누군가가 쓴 처세술책이 그렇듯 끊임없는 노력으로 역경을 극복해내고 줄곧 꿈꿔왔던 최고의 자리에 올라 당당하게 미소짓는 사람들의 인생에 나는 결코 공감하지 못한다. 뭔가가 늘 결여되어 있거나 늘 넘치는 사람, 감정을 조절하는 일에 미숙하고 사소한 실수에도 세상이 끝난 것처럼 좌절하고 대부분의 인생을 변명과 푸념하는 데 보내는 사람. 자신의 운명에 그저 무방비상태이면서도 때로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거나 타인을 철저하게 증오하고 응징하는 데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 그러면서도 늘 누군가와 무언가를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

 

나 역시 어렸을 적 가수를 쫒아다니거나 농구장을 따라다니며, 지금은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는 수많은 브로마이드를 사모으며 재미없는 현실에서 도피하곤 했다.

 

모두가 실컷 비웃어도 자신에게만은 확실한 행복으로 자리매김한 제2의 세계를 가진 그 아이가, 자신의 취향에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히 누려가는 용기를 가진 니나가와가 나도 조금 부러워졌으니까.

 

끌림이라는 불가항력 가운데서도 나를 지키는 법은 나의 결여가 아닌 충족에 주목하는 일, 같은 상처와 결핍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좋은 점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지혜를 갖는 일이다. 세상에 옳은 관계란 정의는 없으며 그런 이유로 틀린 관계도 없지만 '나에게 좋은'관계는 분명 존재한다. 적어도 두 사람이 만났다면 한 사람분 이상의 기쁨과 행복이 발생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남녀의 관계를 수학적인 논리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기회비용이 떠오르는 사람은 분명 나에게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문제는 그게 다였다는 거다. 별다른 게 없는 삶은 나른했고, 이후의 변화 역시 그려지지 않았기에 이제까지의 삶을 잊음으로써 진정으로 자유하고 싶었다.

 

쉽게 '운명'또는 '팔자'를 논하며, 보이지 않는 힘이 이끄는 대로 사느라 자신의 삶을 살면서도 정작 그 안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 그들이 가장 신뢰하는 것은 자기의지나 책임이 아닌 세월의 흐름과 인연이기에 누구보다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다. 칭찬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비난에는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거나 좌절하며 늘 해답을 내 안이 아닌 밖에서 구하는 이즈미의 모습은 징그럽게도 나와 너무 닮아 있었다.

 

내 삶을 지탱해주는 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하고, 그런 내가 살아가는 인생이야말로 진짜 내 것이 아니겠는가.

어쩐지 내 것같지 않은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진짜 내 인생의 중심에 서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평가와 애정에 기대 살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순간, 일상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

 

다음에 다시 태어나더라도 나는 지금의 나로 태어나는 게 좋아.

이 현실이 싫어서 다른 삶을 꿈꾸는 건 당연한 일이라 믿었는데 아무런 불만없이 지금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말할 수 없는 패배감을 느낀 것.

 

대화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대화 안에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파악하는 일이다. 대화는 호기심 없이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므로.

남녀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끊이지 않는 대화보다 마르지 않는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애정이다. 만약 이 세 가지가 굳건히 자리한다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

진심이라는 건 주고받는 대화로 느껴질만큼 단순하지 않다.

 

우리 안에 품은 '하면 된다'와 '내 맘대로'는 남을 불행하게 하지 않고도 지켜내는 것이어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는' 약한 존재일수록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