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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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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사랑스런 터프걸 2009. 1. 22. 12:28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고미숙
2.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 - 윤세진(채운)
3.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 한경애
4.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 윤세진(채운)
5.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 이권우
6.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고미숙
7.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 - 이권우
8. 돈의 달인, homo communitas - 고미숙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고미숙 (그린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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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면에 아는 게 전혀 없는데도 강의를 들을 수 있나요? 이게 대체 뭔 소린가? 아는 게 없으니 배우는거지.


최근 뇌과학의 성과에 따르면, 뇌의 존재 이유는 'networking'하는 데 있다고 한다. networking을 하지 못하면 신경망이 점차 끊어져 결국 치매나 죽음에 이른다는 것. 공부 역시 마찬가지다. 스승과 벗을 찾아가는 networking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곧 공부다.


놀토마다 초중고생들이 함께 모여 논어와 고전시가, 현대시 한 편씩을 암송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번은 이상의 <오감도>를 선택했다....
암기를 단체로 할 순 없지만, 암송은 많은 사람과 할수록 효과적이다. 암기가 두뇌플레이라면, 암송은 신체운동이다.
혼자서 할 때조차 그것은 외부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자기의 목소리만큼 낯선 것이 없다. 실제로 녹음을 해서 들어보면 누구나 자기의 목소리가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것과는 아주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곧 목소리야말로 내 안의 타자인 것이다. 따라서 낭송이란 일상적으로 자기 안의 타자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소리를 내려면 두뇌보다는 몸이 적극 반응해야 한다. 앎의 신체성!
그런 글들은 뜻만 좋은 게 아니라, 음성적 질 역시 탁월하다. 실제로 주파수나 음질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
암송이 암기보다 기억의 효과 면에서 10배 이상 좋다는 뇌과학적 보고가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북한에서 러시아로 들어오는 노동신문, 춘향전 등을 몽땅 큰소리로 외웠다는 것. 그런 방법으로 노르웨이어, 중국어, 한문에다 산스크리트어까지 익혔다고 한다. 실제로 외국어를 익히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그 나라 말로 된 수준높은 작품을 하나 골라 주구장창 소리내어 암송하면 된다.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올 때까지.

목소리야말로 카리스마의 원천이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목소리다.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깜냥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책이나 영화, 기타 다른 자료를 접한 다음, 그걸 재현해보라고 하면, 그 학생의 지적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말하기를 훈련하면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식이란 근원적으로 서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농민이나 어민들은 기본적으로 탁월한 이야기꾼들이다. 삶 자체가 사람과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삶에 대한 통찰 혹은 애정이 있어야만 이야기를 엮는 능력이 생기고, 거꾸로 이야기의 맛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 인생에 대한 깊은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므로 글쓰기 훈련을 하기 전에 이 능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 즉, 책을 읽은 다음 독후감이나 감상문을 쓰게 하는 것보다 먼저 그것을 자기식 어법으로 재현해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통해 전혀 다른 종류의 신체가 된 것이다. 고도의 감응력을 지닌 신체가. 그리고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바로 그런 고도의 감응력에 달려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건 연인이건 사업 파트너건 다 마찬가지다. 외모는 아주 일차적인 조건 이상이 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뛰어난 미모도 평범하게 느껴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장기 두고 바둑 두고 술 마시고 하는 것이 애초에 어찌 즐거워서 했겠는가? 
옛것을 본받거나 남의 것을 빌려올 것 없이 현재 있는 그대로를 가지고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순임금과 공자가 성인이 된 것도 남에게 묻기를 좋아해서 배우기를 잘한 데 지나지 않는다. - 박지원

너는 무엇을 먹고 마실까보다 누구와 먹고 마실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지혜로운 자에게는 지혜 자체가 복이며, 어리석은 자에게는 어리석음 자체가 벌인 셈이다.- 고병권

스승과 친구는 하나다. 스승이면서 친구처럼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으면 스승이 아니고, 친구면서 스승처럼 배울 게 없다면 역시 친구가 아니
대인이란 남을 비호하는 사람이요, 소인이란 남에게서 비호를 받는 자입니다. 만약 남의 그늘에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자신이 죽을 때까지 견식과 역량으로 채워질 날은 없습니다. 집에서는 부모의 보호를 받고, 관리가 되면 상관의 비호를 받으며...- 이탁오

쾌락은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혼란으로부터의 자유
행복해지기 위해 어린아이에게 더 기다리라고, 노인에게 이미 지나갔다고, 노예나 매춘부에게 포기하라고 말해선 안된다. 누구나 지금, 그 자리에서 함께 행복해야 한다.- 에피쿠로스

남이 봐주는 사주는 아무런 맥락이 없습니다. 내가 자란 환경과 부딪혔던 사건,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 사주는 자기가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해석하고 창조적으로 삶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 임성원

우리의 무기는 우리의 언어 - 마르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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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만남, 불치병, 아니면 불의의 사고. 이런 것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에로스는 타나토스(죽음본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대장금의 사랑이 흥미로운건 이런 식의 공식구를 간단히 해체해버렸다는 데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녀가 '길 위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장금이는 아주 일찍부터 사랑에 빠지지만, 사랑 때문에 무얼 못 해본 적이 없다.
삶이 사라진 자리를 사랑이 메웠는데, 사랑은 무상하게 변해간다. 그 무상함을 '불멸의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두 연인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둘 다 죽는 수밖에는 길이 없다.
그녀는 언제 어디서나 스승을 만나고,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눈다. 말하자면, 그녀는 늘 어디서건 앎의 코뮌에 접속한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연인에 대한 사랑은 다른 것들에 비해 작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최종심급이 되지도 않는다.

대상이나 방법론이 무엇이건 지식인이라면 일단 자신이 던진 물음과 '온몸으로' 마주하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과녁을 향해 달려가는 화살처럼 말이다. '화살-되기'

새로운 질문을 던질 것, 하나의 논리로 관통할 것 - 이 두 가지가 내가 석사과정 내내 갈고닦은 글쓰기의 초식이었다.
글이 참 재미있네. 혹은 이 사람 역시 훌륭해! 이런 평가는 받고 싶지 않아요. 내 글을 읽고 나서 단 한 사람이라도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게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면 참 좋겠어요.
"생긴대로 쓰고, 쓰는만큼 살아간다." 호모 쿵푸스의 글쓰기 이념은 이 한구절로 압축된다. 용맹정진!

저건 일종의 자해가 아닌가. 저주에 가까운 욕설을 내뱉을 때 그 몸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있지만, 그건 사실 고스란히 자기에게 되돌아오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니체는 말했다. 인간은 행복조차도 배워야 하는 존재라고. 
그저 이유도, 목적도 없이 돈!돈!돈!을 외치며 살아갈 따름이다. 그러다보니 삶의 낙이라곤 연애밖에 없는 듯 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무조건 축복임에 분명하다. 내 몸이 전혀 다른 신체적 조성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그걸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행복해져야 한다. 몸의 기운이란 자연스레 사방으로 퍼져 나가게 되어있으니까.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는데도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행복한 기운이 하나도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가짜거나 문제가 많다.

사서오경은 이 마음의 본체를 말한 데 불과하다 - 왕양명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마음은 절대 추상성과 신비주의의 영역이 아니다. 마음이야말로 가장 구체적이고 활동적인 범주에 속한다.

대개 아토피나 암은 마음의 질병이라고 한다. 사실 몸과 마음은 경계를 선명하게 구획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이 둘이 따로 놀기 시작할 때다. 몸이 마음을 버리고, 마음이 몸을 돌아보지 않게 될 때, 그때부터 병이 싹트기 시작한다.
외부로부터 고립되었다는 절망감이 공격과 적대를 낳게 되는 셈이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것, 그것은 늘 명랑한 웃음으로 표현되게 마련이다.

솔로들의 식사는 위험하다. 영양의 불균형도 불균형이지만, 혼자 먹게되면 영양분 자체가 충분히 흡수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비근한 예로 노인들은 혼자 먹을 때랑 함께 먹을 때랑 기운이 천양지차라 한다.

스승이란 무엇인가? 가장 열심히 배우는 이다.
공부하는 그 순간, 공부와 공부 사이에 있다는 것 그것이 공부의 목적이자 이유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