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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800

호미

사랑스런 터프걸 2015. 10. 25. 10:24



호미

저자
박완서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09-02-2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박완서, 어느덧 일흔일곱... "요즈음 나이까지 건재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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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나이 이거 거저먹은 나이 아니다.


내 나이에 6자가 들어있을 때까지만해도 촌철살인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


욕보다는 칭찬이 더 기분 좋은 건 듣는 쪽이나 하는 쪽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반성없는 삶에 대한 역겨움.

고백성사에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그런 말이 우러나기까지의 반성의 시간이 아닐까. 반성을 하려면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우링겐 고요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주경야독을 사람사는 도리의 기본으로 삼았고.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분이야말로 신이 아닐까.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막말도 잊는 극에 달한 느낌이 든다. 꼭 저렇게 말해야 친한 사이의 관습인 말을 트게 되는걸까.


상상력은 남에 대한 배려, 존중, 친절, 겸손 등 우리가 남에게 바라는 심성의 원천이다.


무엇보다도 그 분은 청중을 웃기려고도, 홀로 빛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솔직을 과장한 위악적인 말, 걸러지지 않은 거칠고 조악한 말이 곧 진솔한 걸로 통용돼왔다.


따뜻한 비평가


개막 테이프를 끊을 때도 그는 말석에 있으려고만 했고 축사도 사양하고 있는 둥 없는 둥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지나침으로 고인을 욕되게 하지 않을 줄 아는 그의 겸손이 마침내 박수근이라는 탁월한 문화상품을 그의 고장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겨우 스무 살에 천재성이 저렇게 아름답게 꽃필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과 행복감은 어쩌면 내 참담한 스무살과 비교가 되는 마음 때문에 고통스럽기까지 했던 게 아닐까.


그러나 날로 다양해지는 세상에서 만년 옳은 생각이란 편협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어쩌면 나이 덕이다.


액수야 사는 형편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율이 대게 그렇다니 누가 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자는 남자의 반값이란 소리와 다름이 없다.


내가 처녀작을 쓸 때, 잘 안써져서 때려치울까 하다가도 이게 만일 당선이 돼서 내가 신문에 나면 엄마가 얼마나 으스댈까, 아마 딸 기른 보람을 느끼겠지, 하는 생각이 채찍이 되어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