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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ann Hesse - Unterm rad수레바퀴 아래서 본문
아버지는 지나치게 기름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 약간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한스는 기쁨에 겨워하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자, 지금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주 시험이 시작되고 있을거다. 우리모두 기벤라트의 행운을 빌자꾸나. 물론 그에게 행운따윈 필요하지도 않을거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원과 관심은 쉽사리 먼 거리를 뛰어넘어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한스 또한 자신을 생각해주는 고향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상급학교에 올라가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치즈가게나 사무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언제나 그에게는 진정한 학문이 보다 더 아름답고, 어려우면서도, 또한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다.
암기 위주의 교육을 받은 평범한 소년들도 있었고, 영민하거나 자기주장이 강한 소년들도 있었다. 이들의 매끄러운 이마 뒤에는 보다 높은 삶에 대한 바람이 반쯤 꿈에 잠겨있었다.
그럼, 그래야지.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하일너는 반말을 쓰지 말라고 단호히 요구했다. 교장 선생은 그의 항명에 대하여 엄하게 꾸짖었다. 하일너는 한스가 자신의 친구라는 사실을 새삼 밝혔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들의 교제를 금지할 권리는 없다고 대들었다.
그는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라는 요구를 거절했다. 교수회의의 비밀 재판에서는 전혀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매우 불손하게 행동했다. 선생들은 하일너를 붙들고자했으나 그는 이미 도를 넘어버렸다.
이 열정적인 소년은 천재다운 시도와 방황을 거듭한 끝에 삶의 고뇌를 거쳐 엄격하고 정숙한 규율을 몸에 익혔으리라. 그래서 비록 위대한 인물은 아니더라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어엿한 인물이 되었으리라.
지금 한스는 그저 쉬고싶은 생각뿐이었다. 푹 자고, 마음껏 울고, 한없이 꿈에 잠기고 싶었다.
운명의 여신은 한스로 하여금 자신의 암울한 구상을 마음껏 즐기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한스가 날마다 죽음의 잔을 들이키며 몇 방울의 환희와 생의 의욕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상처입은 불구의 젊은 영혼 하나쯤이야 그다지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그 영혼은 자신의 원을 끝까지 그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계획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아직 삶의 쓰디쓴 맛을 느끼기 전까지는.
순수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소년. 어느순간 남이 정해준 삶의 목적에 안으로부터 저항하기 시작했다. 결코 난폭한 성미가 전혀 없는 그. 목표에 열심히 부응하며 살기 전의 즐거웠던 생활을 지극히 그리워하며 사랑과 우정에 목말라한 소년.
어린시절은 멀리 갔다는 것. 그리고 이토록 감성이 가득한 한스. 내게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