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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Somerset Maugham - moon and 6pence 본문

책/문학작품

William Somerset Maugham - moon and 6pence

사랑스런 터프걸 2012. 10. 24. 11:06




달과 6펜스

저자
서머싯 몸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0-06-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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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화술은 하나의 기예처럼 닦여야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말에 재치있게 응수할 수 있는 기예는 가시나무로 불을 때서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더 높이 평가받았다. 경구도, 아직은 우둔한 사람들이 재치 흉내를 내기위해 상투적으로 갖다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교양인의 잡담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내가 스트릭랜드 부인을 좋아했던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녀는 주변을 늘 우아하게 꾸밀 줄 알았다.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 먹고사는 갖가지 직업의 남녀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제의가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오로지 정신적인 삶만을 사는 그의 생활 방식에는 어딘지 인상적인 데가 있었다.

여자는 말이오. 자기에게 해를 입힌 사람은 용서하지. 하지만 자기를 위해 희생한 사람은 용서하지 못해.

나 자신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 내가 자기것이 되어주기만 바랐지.

블란치 스트로브는 나한테 버림을 받아서 자살한 게 아냐. 어리석고 균형 잡히지 않은 인간이라 그랬지.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남자에게 사랑이란 일상적인 여러일의 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데도 소설에서 그것을 강조하다보니 실제와는 다른 중요성을 갖게되는 것이다.

나는 예술이란 성적본능이 구현된 것이라고 본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나 밝은 달빛을 받은 나폴리 항구, 티티언이 그린 '매장'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다 한가지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스트릭랜드가 보통 방식으로 성욕을 방출하기 싫어했던 것은 예술적 창주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에 비해 그것이 야비하게 여겨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들 무성한 나무그늘 아래 태고의 삶이 아직까지 태곳적 그대로 영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여기라고 슬픔과 두려움이 없을까. 하지만 그 느낌은 금방 사라져버리고 오히려 현재의 즐거움만이 더 뚜렷이 느껴질 뿐이다.

타히티는 늘 미소짓는 모습으로 정답기만하다. 우아한 맵시로 자신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미녀와 같다.

공손하고 상냥하면서도, 자기는 보통 여자와는 다르다는 은근한 자신감을 숨길 줄을 몰랐다.

둘 다 둥글고 은빛으로 빛난다.

이 소설은 6펜스의 세계에 대한 냉소, 또는 그곳의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실제로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이 세속의 삶과 인간들에 대해 언급하고있다. 런던의 문단과 사교계의 속물만을 그리는 화가 스트로브,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란치, 보장된 길을 포기하고 고결한 삶을 선택한 동료 덕분에 명예와 부를 누리면서도 그 동료를 멸시하는 알렉 카마이클, 가정을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던 남편이 천재로 알려지자 그의 아내였음을 자랑하는 스트릭랜드 부인같은 사람들로 가득 찬 현실세계는 파리의 밑바닥에서나 타히티에서 홀로 우주의 비밀을 찾아 고뇌의 모색을 계속하는 스트릭랜드의 삶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그랬더라면 오히려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윤택한 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락의 대가로 그는 세속사회의 인습을 견디어야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