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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800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사랑스런 터프걸 2009. 1. 21. 11:56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정약용 (창작과비평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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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밤낮으로 빌고 원하는 것은 오직 문장이 열심히 독서하는 일뿐이다. 문장이 능히 선비의 마음씨를 갖게 된다면야 내가 다시 무슨 한이 있겠느냐?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책을 읽어 이 아비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다오.

역경, 서경, 시경, 예기, 논어, 맹자 등은 마땅히 숙독하여야 한다. 그러나 모름지기 뜻을 강구하고 고찰하여 그 정밀한 뜻을 깨달으면 깨달은 바를 수시로 기록해두어야만 바야흐로 실제의 소득이 있게 된다. 진실로 외곬으로 낭독하기만 한다면, 또한 실제의 소득이 없을 것이다.

처음 배울 때 천자문을 읽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제일 나쁜 습속이다.
<예기>의 곡례 소의 옥조 내칙 등의 편은 마땅히 이때에 먼저 가르쳐주어 글과 행실이 아울러 진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경>의 국풍도 역시 아이들이 당연히 배워야 한다. 
<예기> 여러편을 읽고나면 마땅히 <시경>의 국풍과 <논어>를 읽어야 하고, 그 다음에 <대학>과 <중용>을 읽어야 하고, 다음에 <맹자> <예기> <좌전> 등을 읽어야 하고, 다음에 <시경>의 아 송과 <역경>의 계사를 읽어야 한다. 그 다음에 <서경>을 읽고나서 <사기>와 <한서>를 읽은 뒤에 비로소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취하여 두세 번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는데, 혹 주자의 <통감강목>을 읽어도 된다.

접때 너희들에게서는 옷깃을 여미고, 무릎 꿇고 앉으며, 단정 장중하고 엄숙한 얼굴빛을 가꾸려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성인들이 먼저 외모부터 단정히 해야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원리를 전혀 모르는 탓이다.
세상에 비스듬히 드러눕고 옆으로 삐딱하게 서고,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 가지가 학문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곳
나는 이 세 가지로써 서재의 이름으로 삼고 싶었다.

시경에 실려있는 300편의 시는 모두가 현인이나 성인이 실의에 바져 세상일을 근심하던 때 지은 시이므로 시가 모두 감개한 내용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그러나 미묘하고 완곡하게 그런 뜻을 나타내도록 해야지 얄팍하게 보이도록 토로해버려서는 안된다.

6경이나 여러 성현의 글을 모두 읽어야 하나 <논어>만은 종신토록 읽어야 한다.



정선생님, 문학에 뜻이있던 이인영의 기를 꺾으셨으니 아쉽소!! ㅋ